"아무걱정하지 말고 소리 공부에만 전념하라고 말씀하세요. 항상 '큰사람이 될 것이다. 높은 사람이 될 것이다' 응원하시구요"
국악을 좋아하는 아버지, 현재는 고수(노래를 부를 때 북으로 장단을 맞추는 사람)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인 아버지. 김옥 양은 이런 아버지의 권유로 소리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그녀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 손을 잡고 판소리 학원을 찾아가 처음 배운 곡은 <이별가(離別歌). '이별가'는 <춘향가의 한 대목으로 성춘향과 이몽룡이 이별하게 될 때 성춘향과 춘향 어머니가 부르는 슬픈 노래다. 그녀가 '이별가'를 들었을 때, '어렵겠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소리공부 시작한 지 몇 개월 후, '이별가'를 소리 낼 수 있었을 때 그 쾌감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었다. "선생님께서 곡을 가르치실 때 선창을 해주세요. 그것을 녹음해서 항상 듣고 다니죠. 그 다음날 완벽하게 구사할 줄 알아야 하니까요"
그녀는 현재 두 명의 스승 아래서 소리공부를 하고 있다. 원광예술고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한 김금희 스승과 중요무형문화재 제2호 최란수 스승이다. 두 명의 스승과 격일로 소리공부를 하기 때문에 하루도 소홀히 보내는 법이 없다. 그녀는 학기 중과 방학, 1년 내내 소리공부에 최선을 다한다. 학교 다닐 때는 2~3시간을, 방학 때는 5~6시간, 혹은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종일 소리공부에 매달릴 때도 있다. 그녀는 매년 방학 때마다 10일간 학원 동기, 선․후배들과 함께 산으로 떠난다. 명창들이 산으로 들어가 나무와 바람, 그리고 메아리를 벗 삼아 소리를 내는 것과 같다.
“선생님과 동기, 선ㆍ후배들과 떠나는 합숙에서 많은 것을 배워요. 벌레가 많아 힘든 점도 있지만 그것 또한 소리공부의 일부분이 라고생각합니다” 이번 여름방학 역시 부여에 위치한 성흥산성(聖興山城)에서 합숙을 했다. 처음,부모님의 권유로 시작했던 판소리가 이제는 그녀의 전부가 돼버렸다. 소리공부가 그녀의 전부가 되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중학생,어린 소녀는 판소리의 맛과 멋을 알기 시작하고 그 매력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는 그녀 부모의 공이 컸다. 소리를 시작하게된 계기도 부모고,현재 출전하고 있는 대회를 조사하고 대회와 공연이 있을 때 빠짐없이 그녀를 띠라와 응원하는 것도 그녀의 부모다.
"다루(선율의 장식적인 기교)나 상청(높은음)이 안될 땐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럴 때마다 부모님과 선생님의 조언을 얻어 헤쳐 나가곤 하죠. 제 삶에 있어 원동력은 바로 부모님 입니다” 그녀는 고등학생 때 참가했던 대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어느 대회에 참가해 노래를 잘 끝내고 내려왔는데 어머니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고.
"마음이 뭉클했어요. 저보다도 저를 더 걱정하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어느 것 하나 소홀히할수없어요" 12살이었던 어린 소녀가 현재까지 이뤄낸 업적은 매우 크다. '제14회 한밭국악 경연대회 일반부' 우수상, '제26회 전국국악대전 일반부' 최우수상,'우즈베키스탄 국제 뮤직 페스티벌' l등상 수상. 지난달에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 12회 김제 지평선 전국 국악경연대회'에서 제비노정기(제비路程記)'를 부른 후 얻은 성과이다.
"가장 좋아하는 곡이예요, <흥보가)의 한 부분인데 다른 곡에 비해 좀 빠르거든요. 리듬이 빠른 곡을 선호하기도 하죠. 리듬이 느리면 대부분 슬픈 감정을 노래해야 하는데,아직 저에게는 어려운것 같아요"
'제비노정기'는 판소리 〈흥보가〉 중에서 가장 유명한 대목으로 흥부에게 은혜를 입은 제비가 강남에 갔다가 이듬해 봄, 선물을 안고 다시 흥부네 집으로 날아오는 여정을 주제로 한 소리 대목이다.
모든것에 끝이 없다지만 소리만한 것이 있을까. 하루아첨에 구사할 수 있는 소리는 단 하나도 없다. 꾸준히 하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되는 법. 그런 그녀에게 판소리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요,나와 평생 함께할 동지인것이다.
"훗날 결혼을 하고 제 삶에 변화가 생긴다 해도 국악의 끈을놓지 못할것 같아요. 40살, 50살이 넘어서도 공부는 계속할 것이고, 제자 양성의 꿈도 가지고 있답니다" '소리를 잘 하기보다도 인간이 먼저 되라'를 강조 하는 두 스승을 보면서 그녀도 스승 처럼 되고 싶다고 했다. 우리소리에 대한 애정 어린시선까지 덧붙였다.
"현재 대중문화에 치우쳐 우리 것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우리소리의 깊은 맛을 알고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우리나라 위상이 더 높아질 테니까요" 훗날,고수인 아버지와 함께 무대에서 공연할 날을 기다리는 그녀. 그녀의 소리로 하여금 널리 알려질 판소리를기대해보자.
2010년09월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