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희 동문(국악과 96학번/명창, 정동극장 수석단원)[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흥보가예능보유자 박송희 선생의 첫 제자이자 2006년 <흥보가 이수자가 된 양은희 동문(국악과 96학번). 현재 서울 정동극장에서 수석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양 동문을 만나봤다.]

한국무용을 하고 있던 이모의 권유로 무용을 배우기 위해 학원을 찾은 11살의 어린 소녀. 그러나 그 곳에서 우연히 듣게 된 판소리에 그만 매료되고 말았다. 서편제의 고장 보성에서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한 이 소녀는 신세대 흥보가 명창 양은희 동문(국악과 96학번)이다. 판소리는 조선조에서 구두로 전승된 우리나라의 노래이다. 한마디로 일인극인 종합예술이라 할 수 있다. 아니리, 발림, 소리를 하며 일고수의 지휘자와 함께 판에서 하는 소리라 해서 판소리라 한다.

양 동문은 "판소리의 매력은 무대 위에서 혼자 독특한 발성법으로 책 한권을 풀어내려가며 사람들을 울리고 웃기고, 기쁨과 감동을 주는 것이다"고 말한다. 또한 "인간이 낼 수 있는 소리의 한계가 무엇인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판소리만의 매력은 아마 해보지 않고는 느낄 수 없다"고 말한다. 이처럼 판소리는 양 동문의 삶의 전부가 되었다. 하지만 판소리를 배우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소리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고 하는데 저 또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소리를 배웠지요. 넉넉지 못한 가정환경 탓에 저의 어머님은 고된 일을 하시며 저를 뒷바라지 하셨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서울서 소리공부를 했기 때문에 부모님과 떨어져 지냈지만 부모님께서는 제가 커가는 모습에 힘겨움도 덜어가며 기뻐하셨습니다"

양 동문은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흥보가 예능보유자이신 박송희 선생의 첫 제자이다. 흥보가, 적벽가, 숙영낭자전 완창을 배우고 심청가, 춘향가 눈대목소리를 배웠다. 부모님보다도 박송희 선생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던 양 동문은 지난 2006년에 흥보가 이수자가 됐다.

"제가 존경하는 저의 스승님은 대나무처럼 강인하시지만 항상 따뜻한 미소 지니고 계신 분입니다. 그 분께 소리뿐만 아니라 소리를 하는 몸가짐, 처세를 배웠습니다" 양 동문은 박송희 선생 외에 홍정택 선생, 조상현 선생에게서도 가르침을 받았다. 무형문화재 제2호인 홍정택 선생에게 수궁가 완창과 춘향가, 적벽가 눈대목소리를 배웠다. 현재 전주에 있는 홍정택 선생은 국악계의 원로로서 90세가 넘는 나이에도 후진양성에 힘쓰고 있다. 양 동문의 고향인 보성 출신 명창 조상현 선생은 끊길 위기에 놓였던 보성소리를 양 동문이 이어가는 모습에 아낌없이 칭찬을 해준 분이라고 한다.

스승 밑에서 판소리를 공부하고 있던 양 동문이 21살이 되던 어느날, 전라북도 도립국악단원 모집공고를 보고 오디션에 응시를 하게 됐다. 결과는 뜻밖의 합격이었다. 고등학교 출신이었던 양 동문은 도립국악단 창극 단원으로 2년쯤 활동하던 중 슬롯 머신 전략에 가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때마침 우리슬롯 머신 전략에 국악과 야간강좌가 생겼고 국악원 원장님의 추천으로 1996년 우리슬롯 머신 전략 국악과에 입학하게 됐다.

"국악단 생활과 슬롯 머신 전략 생활을 병행해야 했기 때문에 학교를 다니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어요. 공연이 있는 날이면 수업에 빠지기 일쑤였죠. 그래도 다른 학생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게 될 텐데 저는 두가지 일 을 동시에 하니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어요. 저의 그런 모습을 보시고 교수님들께서도 많은 이해와 격려를 해주셨어요. 슬롯 머신 전략생활 동안 국악단에서는 실기공부를, 학교에서는 국악에 대한 이론을 공부하게 돼 두 마리 토끼를 다잡은 셈이죠"

양 동문은 2001년부터 지금까지 서울 정동극장 수석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동극장은 매주 상설공연을 하고 있으며 국내는 물론 세계에 우리문화를 알리는 문화사절단 노릇을 하고 있어 외국인들에게 더 잘 알려져있다. 지난해 관객점유율이 85%를 넘어선 정동극장은 올해부터 국가브랜드사업인 '춘향연가'란 작품으로 매일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아마도 정동극장은 국악단체 중 제일 공연이 많은 곳일 겁니다. 요즘 저는 춘향연가 작품 연습 때문에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연습하고 또 다른 공연까지 하고 있어요.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하지만 공연을 위해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된다면 꼭 놀러오세요"

판소리에는 악보가 없고 반주는 북반주 하나다. 또한 책 한권이 넘는 긴 이야기를 소리와 아니리로 장시간 동안 가사도 보지 않고 온몸을 통해 열창하는 부분이 서양음악과 다른 점이다. 특히나 2003년 세계문화유산기구로 등재된 만큼 판소리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며 후세대까지 보전해야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서양음악에 비해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먼저 우리음악의 보급을 위한 국가 정책이 부족해요. 또한 교육적인 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어린 아이들이 피아노는 기본적으로 배우지만 정작 우리음악인 판소리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참 서글퍼요. 우리부터 우리 것을 아끼고 사랑해야 우리의 글, 우리의 음악, 우리의 음식이 세계 곳곳에 나아가 한국을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명창이라는 칭호를 받기 위해서는 대통령상을 받아 그 실력을 인정받는 소리꾼이 돼야 한다. 때문에 양 동문도 지금처럼 판소리를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소리를 세계에 알리고 널리 후진양성에도 힘쓸 것입니다. 또한 주어진 책임을 다해 평생 동안 관객들에게 좋은 소리를 들려주고 그들과 호흡하며 무대에서 생을 다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2010년 0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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