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영 동문(영어슬롯 머신 잭팟과 81학번)[광주광역시 광산구의 어느 한 학교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차있다. 4년 전 세워진 학교지만 이제야 제대로 된 모습을 갖췄다. 그곳에서 새날학교 교장 이천영 동문을 만나봤다.]

다문화 가정과 이주 노동자의 자녀들이 겪는 어려움은 생각보다 크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가 돼도 한국어 구사 능력이 부족해 일반학교에서는 수업을 따라갈 수 없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적응하는 것도 어렵다. 이들만을 위한 학교가 절실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2006년, '새날학교'라는 이름의 다문화 대안학교를 세웠다. 그 장본인은 광주 새날학교의 교장 이천영 동문(영어교육과 81학번)이다.

그는 전라북도 전주시 중화산동의 가난한 공동묘지 산지기의 아들로 태어나 굶기를 밥 먹듯이 하며 살았다.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하고 가진 것 없이 상경해 껌팔이, 중국집 배달원, 이발사와 공단의 근로자로 일하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하지만 항상 어려운 상황에서도 늘 미래를 꿈꾸며 살았다는 이 동문은 늦게나마 공부를 하고 싶은 생각에 길거리에서 주어온 책으로 1년 만에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우리슬롯 머신 잭팟에 입학했다.

"갑자기 슬롯 머신 잭팟에 입학하게 되자 문화적 충격이 컸습니다. 너무 힘들고 어려워 목표는 슬롯 머신 잭팟을 졸업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슬롯 머신 잭팟 4년 내내 배고픔과 등록금 걱정으로 가슴 졸이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막상 슬롯 머신 잭팟을 졸업한 후에 갈 곳이 없었다던 이 동문은 "당시 지도교수의 추천으로 전남 화순 능주중학교에서 교단에 설 수 있었다"며 그 때를 회상했다.

"중학교에서 2년을 근무하다 같은 재단의 고등학교로 옮기게 됐는데 발음도 이상하고 실력도 없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비웃을 때는 사표를 쓰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과거의 어려운 삶이 없었다면 도망쳐버렸을지 모르지만 잡초처럼 자라왔기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고 실력에 불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1998년 봄, 우연히 만난 외국인근로자의 고단한 삶을 보고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게 되었다는 이 동문. 껌팔이와 소년공으로 고단한 삶을 살 때 당한 체불임금, 구타, 멸시와 천대가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개선되지 않은 채 고통 받는 외국인근로자를 보자 어떻게든 도와줘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근무시간에 동료 교사들 몰래 무단외출까지 하며 외국인근로자를 대신해 체불임금을 받아주고 싸움에까지 말려들며 온갖 수모를 겪었다. 이런 모습을 보며 하나 둘씩 찾아오는 외국인근로자들이 늘어났고 후원금을 모아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를 열게 되었다.

처음에는 동료교사들의 후원금으로 문화센터의 유지가 가능했지만 질병과 사고로 쓰러지는 환자를 대신해 보증을 서고 치료비를 지불하다보니 금액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났다. 결국 퇴직금을 융자해 쓰기 시작했다는 이 동문. "시간이 흐를수록 나날이 늘어만 가는 빚을 갚기 위해 2009년 2월, 동료교사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내와 자녀들을 위해 정년까지 근무하려고 무던히 노력했기에 학교를 떠날 때 한없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또 어느 날부턴가 외국인근로자들이 자신의 자녀들을 맡아달라고 요청해 한 명, 두 명 돌보다가 대안학교를 생각하기에 이르렀고 마침내 2006년 다문화 대안학교인 '새날학교'를 열게 되었다.

이곳에는 현재 16개국에서 외국인 여성이 한국인 남편과 재혼하면서 함께 데리고 온 중도입국자녀 100여 명이 다니고 있으며 유치원부터 초ㆍ중ㆍ고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어 코스 1개월을 마친 후 학력에 따라 초?중?고 과정에 배치된다. 또한 모국어 수업을 강화하고 있어 각 나라의 원어민 선생님을 포함해 총 35명의 선생님이 이곳에서 근무하며 외국인 자녀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국제결혼여성과 혼혈아에 대한 관심은 많은 반면 외국인근로자 자녀나 국제결혼을 통해 입양된 아이들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습니다. 이주아동 대부분이 외국인등록증을 가지고 살다 2~3년이 지나야 겨우 한국국적을 취득하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도 없습니다. 또 한국어를 전혀 구사할 수 없어 일반학교에 입학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 새날학교는 미인가 상태며 후원금으로 학교를 꾸려나가고 있다. 어떻게든 아이들의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기에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 동문은 우리나라에서 생활하고 있는 외국인 자녀들에게 "갑자기 한국에 들어와 문화적 충격으로 혼란을 겪을지라도 꿈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며 "미국의 오바마처럼 대통령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비록 낯선 땅에 살더라도 늘 꿈과 소망을 가지고 살기를 바란다??고 응원메시지를 전했다.

"후배여러분! 세상에 태어나 자신만을 위해 살지 말자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희생을 통해 여러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면 아무리 어려워도 그 길을 가는 것이 이 땅을 살아가는 자의 의무라 생각하기에 높은 곳을 바라보지 말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2010년 03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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